첫번째 이직 이야기

넥슨에 전문연구요원 복무를 위해 입사를 했던 게 2015년 9월이다. 대개 전문연구요원 복무가 끝나면 이직을 하기 마련이지만, 좋은 팀원분들이 많았고 업무도 마음에 들어서 거의 6년 동안 다녔다. 처음에는 게임 프로그래밍에 대해 거의 모르는 상태로 입사해 고생했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많이 배웠고 성장할 수 있었다. 이 글을 통해 넥슨에 다니는 동안 저를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 작업을 해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버그 수정부터 시작해 보스 레이드, 신규 캐릭터, 라이브 서비스, Visual Studio 마이그레이션, 게임 물리 엔진 개발까지 게임 프로그래밍에서 해볼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게 되었다. 게임 플레이 프로그래머와 게임 엔진 프로그래머를 동시에 경험하는 기회는 흔치 않은데 우연히 좋은 기회를 얻어 의미 있는 결과물들을 만들었고 많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작년에 한창 게임 물리 엔진을 개발하면서 인생의 다음 단계를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현재 소속된 팀에 계속 남아서 게임 개발 또는 게임 엔진 개발을 할 것인가, 아니면 사내 이동을 해서 다른 팀에서 일해볼 것인가, 아니면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할 것인가 등 여러 선택지가 있었다.

나는 회사나 팀을 선택할 때 내가 여기에 있으면서 많이 성장할 수 있는가를 고려한다. 지난 6년 가까이 새로운 지식을 많이 익히며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지만, 작년부터 성장 곡선이 완만해지고 있음을 조금씩 느꼈다. 그리고 게임 물리 엔진까지 경험하고 나니 내가 게임 프로그래밍에서 해볼 수 있는 작업은 한 번씩 돌아보지 않았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다시 성장하기 위해 이직을 하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이직을 하겠다고 마음을 정하고 나니 다양한 곳에서 이직 제의가 왔었다. 게임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AR/VR, 렌더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셨다. 그중 몇몇 회사와 면접을 봤고 좋은 오퍼를 받았다. 나는 그중 하나의 회사를 선택해야 했었다. 오랜 시간 동안 고민을 했는데 결정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몇 가지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1. 익숙한 곳이 아닌 새로 도전해야 하는 요소가 많은가?
2. 내가 이 회사에 갔을 때 많이 성장할 수 있는가?
3. 나의 성장을 토대로 회사도 많이 성장할 수 있는가?
4. 회사에서 만들 아이템과 기술 스택이 흥미로운가?
5. 회사에서 업무에 알맞은 보상을 해주는가?

이 기준에 따라 나는 새로 도전해야 하는 요소가 가장 많고 성장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회사인 모멘티를 선택했다. 보상 측면에서만 보자면 모멘티보다 더 좋은 오퍼를 해주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해보고 싶었다.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이고, 게임이 아닌 새로운 아이템이고, 사용 언어도 C++에서 Rust가 되고, 새로운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변화의 폭이 크기 때문에 새로운 회사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하지만 넥슨에서 그랬던 것처럼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나브로 잘 적응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지금도 Rust와 WebAssembly를 공부하며 새로운 지식을 하나씩 익혀나가고 있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앞으로 4~5년 뒤, 나는 더 많이 성장해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