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에게 질문하기 - 옥찬호

안녕하세요. 2022년 12월에 충남과학고등학교 #include 동아리 박정식 부장님과 이메일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질문과 제가 답변했던 내용을 올립니다.

Q. 안녕하세요, 충남과학고등학교 #include 동아리 27기장 박정식입니다. 평소 우리는 개발자가 되고 싶거나 정보 분야에 관심이 많았더라도, 정작 프로그래머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몰랐는데요. 이러한 우리를 위해서 프로그래머 옥찬호님께서 이 자리에 나와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A. 안녕하세요. 모멘티에서 엔진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옥찬호입니다. Microsoft MVP로 활동하고 있으며, C++ Korea 및 Reinforcement Learning KR의 운영진이기도 합니다.

Q. 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엔진 엔지니어라고 소개해주셨는데, 이 엔진 엔지니어라는 직업은 무엇인가요? 이 직업에 관해 자세히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A. 엔진 엔지니어란 여러 제품에서 사용하는 핵심 코드가 담긴 엔진을 만드는 사람을 말합니다. 저희 회사의 경우 하나의 엔진을 앱, 웹, 백엔드 등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러 플랫폼에서 쓸 수 있도록 엔진을 구현한 뒤 각 플랫폼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API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버그가 발생할 경우 대응하고, 엔진 구조와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리팩토링 작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아하 그렇군요. 즉, 우리가 사용하는 프로그램의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핵심 부분을 만드신다는 건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래머라는 꿈은 어떤 이유로 선택하게 되셨는지 상당히 궁금한데, 배경을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A. 프로그래머라는 진로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중학생 때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였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컴퓨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프로그래밍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입학한 뒤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프로그래밍 경진대회(지금의 정보 올림피아드)를 나가게 되었는데요. 그때 처음 프로그래밍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오랜 시간 끝에 엔딩을 보게 되었는데 너무 감동을 받아서 저도 저런 게임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진로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게임을 통해서 꿈을 갖게 된 어린 소년이, 결국 직접 게임을 만드는 넥슨의 게임 프로그래머로 성장한 모습이 상당히 인상 깊네요. 저희 #include 부원중에서도 예를 들어 마인크래프트를 하다가 게임상의 모드를 직접 만들고 싶어 개발을 처음 접하고, 이게 재미있어서 프로그래머라는 꿈까지도 발전하게 된 친구가 있었는데요. 아마 비슷한 경험을 해본 학생들에게 모범 선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넥슨에서 근무하시다가 최근 모멘티라는 새로운 회사로 이직하셨다고 들었어요. 모멘티는 일반인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회사인데, 이 회사로의 이직을 결심하게 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런김에, 모멘티라는 회사도 같이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A. 넥슨에서 게임 컨텐츠 프로그래머로 약 3년, 게임 엔진 프로그래머로 약 3년 일했었습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모르는 지식이 많아 하나씩 배워가면서 성장 곡선이 굉장히 가파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완만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편하게 직장을 다닐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하러 떠날 것인가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양한 곳에서 제안이 왔었는데,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심한 만큼 최대한 새로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곳으로 모멘티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모멘티는 ‘손으로 터치할 수 있는 영상’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미디어를 직접 만져보고 참여할 수 있는 다차원 컨텐츠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기존의 영상은 단순히 보는 컨텐츠로만 사용하고 있는데,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다양한 도전들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대중에게 몰입도 높은 미디어 경험을 제공하며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하나로 연결해주는 일들을 합니다.

Q. 옥찬호님은 엔진 엔지니어로서 프로그래머로만 활동하실 뿐만 아니라 여러 정보 기술 단체에서도 활동 중이신 것으로 유명하신데요. 대표적으로 C++ Korea 설립자이신 걸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C++ Korea를 설립하시게 된 계기나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대학생 때 C++과 관련해 궁금한 게 있었는데, 인터넷에 검색해도 전부 영어 자료만 나오고 한국어로 물어볼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페이스북에 찾아봤는데 한국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는 없다는 걸 알게되어 홧김에 친구 몇 명을 초대해 커뮤니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약 20명 정도의 지인들이 있는 극소수의 커뮤니티였는데, 우연찮은 기회로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세미나를 열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성장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Q. 또한 번역서도 많이 쓰신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최근에는 ‘C++ 최적화’(한빛미디어)를 번역하셨죠. 이외에도 ‘모던 C++ 입문’, ‘러스트 핵심 노트’, ‘2D 게임 프로그래밍’, ‘유니티 Shader와 Effect 제작’, ‘게임샐러드로 코드 한 줄 없이 게임 만들기’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번역 활동은 어떤 이유로 하게 되셨나요? 그리고 직관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셨을 것 같은데, 이러한 번역 활동이 어떤 도움을 본인에게 주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첫 번역은 대학생 때 시작하게 되었는데 전공 지식을 활용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다가 사이트에서 게임 개발 관련 도서의 번역자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게 되어 호기심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샘플 번역을 거쳐서 본격적으로 번역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번역을 하면서 분명히 도움이 되는 부분은 있습니다. 흔히 번역을 할 때 영어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저는 오히려 국어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한 뒤 읽어보면 자연스럽지 않고 소위 ‘번역투’라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이를 위해선 초벌 번역을 한 뒤에 직접 읽어보면서 여러 번 탈고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글을 어떻게 써야 독자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군요, 단순한 내용 이해와 같은 단기적인 지식뿐 아니라 글 쓰는 것에 대한 전반적인 경험 또한 도움이 된다는 점이 인상 깊은데요. 그렇다면, 이러한 번역 활동을 해보고 싶은 학생들도 있을 것 같은데, 이 학생들에게 해주실만한 조언이 있나요?

A. 번역을 해보고 싶다면, 하나의 문장 또는 하나의 문단부터 번역해 보세요. 번역을 하셨다면, 글을 소리내서 읽어보세요. 어색한 부분이 느껴진다면, 탈고하면서 개선하고 어느 정도 완성이 되었다고 판단이 되면 다른 친구들에게 원문과 번역한 글을 보여주며 번역이 잘 되었는지 한 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확인이 끝났다면, 하나의 글을 번역해보세요. 그리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책도 번역할 수 있을 겁니다.

Q. 지금까지는 옥찬호님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에 관한 질문을 드렸는데요, 이번에는 저희가 공부하면서 생긴 궁금한 점을 바탕으로 질문을 드리려고 해요. 우선, 가장 많이 들어온 질문인데요, 프로그래밍 언어는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요?

A. 프로그래밍 언어를 처음 공부한다면 기본적인 문법들은 입문서, 공식 문서 또는 강의를 참고하시되 코드를 많이 짜보라는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습니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수단입니다. 어떤 언어의 문법을 많이 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사용해보지 않으면 곧 잊어버리게 됩니다. 코드를 짜보면서 머리로, 눈으로, 손으로 반복해서 익혀야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Q. 저희는 현재 C++ 또는 Python을 교과 과정상 이수했는데요. 이러한 프로그래밍 언어가 정보과학 공부가 아닌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경우는 상당히 한정되어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실무에서는 주로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예시를 들어주실 수 있으실까요?

A. 저는 회사에서 Rust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엔진의 API를 만들기 위해 iOS 지원을 위한 Swift, Objective-C, 웹 지원을 위한 TypeScript, WebAssembly, 백엔드 지원을 위한 Elixir 등도 사용합니다. 넥슨에 다닐 때는 게임 클라이언트에서는 C++, 서버에서는 C#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실무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분야에 따라 많이 다릅니다. AI는 Python을 주로 사용하고, 웹 프론트엔드는 JavaScript와 TypeScript, 백엔드는 Java, Python, C#, Go, Rust, Elixir 등 선택지가 많습니다. 앱 개발이라면 Android는 Kotlin, iOS라면 Swift, 플러터를 사용한다면 Dart 등이겠네요. 게임 개발에서는 C++과 C#을 많이 사용합니다.

Q. 현재 러스트라는 언어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옥찬호님도 현재 회사에서 러스트를 주로 사용하고 있으시다고 말씀하셨고요. 이러한 러스트는 현 시점에서 대학교를 들어가는 학생에게 배울 만한 언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러스트를 첫 언어로 권유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학습 곡선이 꽤 가파릅니다. 특히 소유권, 수명과 같은 개념은 처음 봤을 때 꽤 어렵게 다가올 겁니다. 첫 언어로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파이썬이나 자바스크립트로 하시고, 한 언어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그때 러스트를 공부해보세요. 그러면 러스트 언어가 갖고 있는 철학을 좀 더 이해하시게 될 겁니다.

Q. 개발 과정에서는 프로그래밍 언어만 안다고 해서 쉽게 이루어지지 않죠. 대부분은 다른 배경지식도 함께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특히 경사하강법이나 두 점 사이의 거리와 같은 수학적 개념에 기반을 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따라서 흔히 수학은 프로그래머의 역량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학 외에도 프로그래머의 역량 향상에 도움이 되는, 중점적으로 공부하면 좋을만한 학문이 있을까요?

A. 분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게임 개발의 경우에는 물리학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스에서는 광학 개념이 많이 활용됩니다. 실제로 빛의 반사나 굴절을 적용하기도 하구요. 또한 게임 물리 엔진을 만들 때 역학 지식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또한 프로그래밍 관련 지식을 찾아보면 영어로 되어 있는 책이나 문서를 볼 일이 많기 때문에 영어를 꼭 공부해두시기 바랍니다.

Q. 앞서의 질문에서는 프로그래머 전반에게 열려 있는 질문이었는데요. 이번에는 옥찬호님이 게임 개발자이셨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추가적인 질문을 드리려고 합니다 게임 프로그래머는 일반적인 프로그래머보다 중점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분야나 프로그램이 있나요?

A. 학교 과목으로는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하세요. 수학은 삼각함수, 벡터, 행렬 등 다양한 지식이 활용됩니다. 물리의 경우 역학을 많이 사용하고 분야에 따라서는 광학도 사용합니다. 프로그램으로 보자면 주로 유니티 엔진과 언리얼 엔진을 많이 사용합니다. 유니티 엔진은 C#, 언리얼 엔진은 C++을 사용하니 사용하는 엔진에 따라 언어도 공부하세요. 그리고 운영체제, 컴퓨터 구조, 자료구조 및 알고리즘, 컴퓨터 그래픽스 등의 CS 이론들을 공부하세요.

Q.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 데는 프로그래머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협력합니다. 대표적으로 게임을 기획하는 사람, 게임 아트를 그리는 사람 등 다양한 인력이 투입되지요. 또한 이들과의 협력도 상당히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게임 프로그래머는 다른 역할을 맡은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나요?

A. 게임 프로그래머에도 여러 분류가 있습니다. 크게 나누자면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와 서버 프로그래머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는 UI 시스템 구현, 신규 캐릭터와 보스 레이드 작업을 하게 되며 렌더링, 물리 등 다양한 엔진 작업도 합니다. 서버 프로그래머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여러 사용자가 원활하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분산 처리도 작업하며 게임 내 핵심 로직들을 담당합니다. 이런 작업들은 혼자서 진행할 때도 있지만 컨텐츠에 따라 디자이너,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자이너가 컨텐츠 기획 초안을 작성해 보여주면 구현 가능 여부를 판단해 전달하며 다른 대안은 없는지 살펴봅니다. 또한 좀 더 나은 컨텐츠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논의하며 컨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한 아티스트가 제작한 모델링, 모션, 애니메이션, 이펙트 등을 함께 보면서 게임 안에서 잘 보이는지, 다른 컨텐츠들과 잘 어울리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하나의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몇 달 동안 함께 이야기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Q. 한 프로젝트 안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래머가 참여하며,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프로그래머 사이에서도 다양한 역할이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프로그래머와의 협업이 많이 이루어질 것 같은데요. 이처럼 한 프로젝트를 팀 단위로 협업해서 만드는데, 그때는 어떤 방식이나 툴을 사용하시나요? 또는 어떤 방법으로 주로 협업하시나요?

A. 코드 관리의 경우 Git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프로젝트 파일이 많은 경우에는 Perforce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발은 C++/C#의 경우 Visual Studio를 사용하며, 현재는 Visual Studio Code 또는 IntelliJ IDEA를 사용합니다. 또한 태스크 관리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사용한 적도 있고 현재는 JIRA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코딩 컨벤션은 언어에서 정해진 게 있을 경우 기본 형식을 따르고 있으며, 없을 경우에는 팀 내에서 합의된 컨벤션을 지키고 있습니다.

Q.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프로그래머의 역량 향상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 있을까요? 저희가 해보면 좋을 만한 활동, 혹은 당장은 하지 못하더라도 대학이나 나중에 취업한 뒤에 꼭 해봤으면 하는 활동도 좋습니다.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봅니다. 전공에 상관 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다양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해보고 있습니다. 또한 내가 일할 분야를 정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보시는 걸 권합니다. 해커톤이나 게임잼 등의 행사를 참가해 다양한 개발을 해보시고 새로운 친구들도 만들어보세요. 혼자 개발하기 보다는 같이 개발하면서 서로 코드 리뷰도 해주고 성장하는 밑거름으로 만드시기 바랍니다.

Q. 좋은 답변 고맙습니다 이번에는 성장 과정이 아닌 실제 업무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드려보려고합니다. 우선 질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쉬어가는 질문 하나 해보려고 합니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버그가 있나요?

A. 넥슨에서 일할 때 어떤 버그를 제보받아 원인을 추적했던 적이 있습니다. 재현 빈도가 낮아서 원인을 찾는데 고생을 많이 했고, 추적 경로가 너무 길어서 1주일 가까이 시간을 소비했었습니다. 그 결과 게임 출시 때부터 해결하지 못한 버그와 같은 종류임을 알게 되었고 꼭 고쳐보고 싶단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추적해 결국 OS에서 발생한 버그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아무도 해결하지 못했던 버그를 해결했기 때문에 성취감이 매우 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그렇군요. 이와 같은 경험들이 쌓이면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나 성취감 또한 커질 것 같은데요. 그렇지만, 요즘에 인터넷을 보면 프로그래머가 레드오션이라서 취업도 힘들고, 취업해도 업무 등이 힘들다는 말이 있습니다. 야근도 많이 하고, 업무량도 많다고 하더래요.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많이 힘들고 어렵나요?

A. 프로그래머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이 쉽지 않습니다. 노동은 힘들고 분야를 가리지 않아요. IT 분야는 하루를 멀다하고 새로운 지식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평생 공부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개발 분야에 진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직업으로 살아갈 것인가는 생각해보는 게 좋습니다. 어떤 일을 취미로 하는 것과 업으로 삼는 건 무게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Q. 정보과 학생들은 대부분 본인 포트폴리오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또한 은근히 완전한 오답은 아니었어요. 이러한 배경에서 포트폴리오를 제작하다 궁금증이 생겼는데요.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그리고 잘 만들어진 포트폴리오는 어떤 것일까요?

A.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몇 가지 팁을 드리자면, 첫째로 가장 최근에 작업했던 프로젝트를 최상단에 적고 역순으로 나열하는 겁니다. 아무래도 포트폴리오를 보는 면접관들은 지원자가 가장 최근에 어떤 기술을 사용해서 무엇을 만들었는지 궁금해 할 겁니다. 따라서 가장 최근에 한 프로젝트를 위에 적는게 좋겠죠. 그리고 무조건 많이 적는 건 좋지 않습니다. 포트폴리오가 많으면 다 읽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다 읽지 않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역량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걸 3~4개 정도 보여주는 게 가장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지원하는 회사에서 사용하는 언어, 기술 등을 활용한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좋습니다. 아무래도 회사에서 사용하는 언어나 기술을 활용한 게 있다면 어필하기 좋겠죠.

Q. 프로그래머는 아무래도 화면을 오래 바라보다 보니 눈 건강이 상당히 걱정됩니다. 또한 허리와 목 건강이 위협받는 경우도 많고요. 이러한 부분에서,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는지 방법을 알려주세요.

A. 안구 건조증이 있으신 분들은 점안액을 사용해 건조해지지 않도록 해주는게 좋구요. 모니터와 눈 사이의 거리를 어느 정도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가까우면 눈에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1시간에 1번 정도는 바깥의 먼 곳을 바라보면서 눈을 잠시 쉬게 해주세요. 허리나 목 건강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시디즈나 허먼밀러 등 좋은 의자를 사용하세요. 그리고 너무 오래 앉지 말고 1시간에 한 번은 일어나서 움직여주세요. 그리고 거북목이 되지 않도록 자세를 신경 쓰시고 목이나 허리 통증이 있으면 가까운 정형외과를 방문해서 의사선생님과 상담을 하는 게 좋습니다.

Q. 노코드 툴은 코드를 사용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툴 그리고 로우코드 툴은 코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툴을 의미합니다. 이 툴들을 사용하면 프로그램을 빠르고 쉽게 제작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자유성은 떨어지는 편인데요. 이러한 노코드 툴이나 로우코드 툴을 실제 업무에서 사용하나요?

A. 프로그래머가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디자이너나 아티스트가 코드를 작성하지 않고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툴을 만들어주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언리얼 엔진의 블루프린트가 있겠네요.

Q.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프로그래머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프로그래머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공부를 하다 보면 막히는 구간이 생깁니다. 프로그래밍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코드를 구현하다가 막히는 구간이 생깁니다. 또한 어떤 버그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찾다 보면 막히는 구간이 생깁니다. 막히는 부분을 검색해서 원하는 결과가 한 번에 나오면 다행이지만, 잘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데, 이 때가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해결할 방법을 계속 찾아볼 것인가? 프로그래머라면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봐야 합니다. 인내심을 갖고 좀 더 깊게 들어갈 수도 있겠고, 주변에 있는 다른 프로그래머들에게 어떤 상황인지 설명한 뒤 방법은 없는지 논의해볼 수도 있고 아니면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찾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Q. 마지막으로 정보 분야 진로를 꿈꾸는 충남과학고 학생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나요?

A. 정보 분야 진로를 꿈꾸는 모든 분들이 부디 건강을 챙기면서 행복하게 개발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개발을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 공부를 하실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개발을 업무로 하게 되더라도 계속 공부해야 할 겁니다. 개발자의 인생은 마라톤과 같습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건강하지 못하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니 개발에 몰두하셨다면 자신에게 쉬는 시간을 충분히 주시기 바랍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땐 명상을 하며 심호흡을 하고, 잠시 컴퓨터에서 벗어나 운동이나 산책을 하고, 책을 읽거나 친구들이랑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여행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져보고 등이 있겠습니다. 일을 할 땐 몰입해서 일하고, 쉴 때는 확실하게 쉬는 멋진 사람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